계획하지 않았던 만남과 동행은,
각자의 일상을 저만치에 두고 찾아 왔기에 예상치 못한 만큼 설렜다.
머리칼을 대신 쓸어 올려주려다 짐짓 멈춰선 손끝과 서로 맞닿지 않게 번갈아 주고받은 둘의 시선이 다른 어떤 행위보다 떨렸던 것은, 이들의 대화 속에 담겨있던 이성적인 긴장감이 좋았던 것과 결을 맞대고 있는 것 같다.
서로 알지 못하는 남녀가 반쯤 가리운 감정을 내밀어 주고받는 대화는, 그 자체로 얼마나 설레는 것인지. 서로 극명하게 나니우는 생각들 가운데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같은 호감과 비슷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어쩌면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두 사람을 두르던 아슬아슬함은, 상대도 지금 나와 같은 감정일 거란 기대와 상대는 나와 다른 끝을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줄다리기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기대와 불안을 가장 솔직하게 서로에게 드러냈던 대사가 각자의 친구에게 전화하는 체 하는 흉내의 형태를 입었던 것은, 그 불확실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기 위해,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이 내게 중요할 지언정 아닌척 초연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여자... 누군가를 완전히 알아갈 수록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그녀의 대사가 마음 깊이 자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두 사람은 6개월 뒤 다시 마주했을까?
글쎄, 마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마음에 품었던 사랑을 이루었다면 할머님이 후회하셨을 거라는 그의 말이 어쩌면, 기차 선로를 쫓아 그녀를 따라 잡았을 것만 같다.
서로를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두 사람의 눈빛은 스크린 너머의 나에게 오롯이 전달되었지만, 불안감에 주저하던 서로에게는 아마 전해지지 못했으리라. 거절에 대한 그리고 실망에 대한 불안감이 두 사람을, 적어도 그녀를 비엔나로 다시 불러내지 못하였을 것 같다.

사랑의 형태란 무엇에 있을까.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두 사람의 시간만큼은 설레는 사랑의 형태로 남을까.

posted by L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