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
그리고 봄하면 벚꽃:)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 오늘, 이렇게 올해의 짧은 벚꽃철이 지나가겠구나 하는 아쉬움에..주말에 만나고 온 봄꽃 사진을 다시 열어보았다.
꽃이 지난 자리를 차지하는 연두빛 여린 이파리들이 꽃보다도 더 봄 느낌이라고 늘 이야기하긴 하지만...여린 나뭇잎의 이파리만큼이나 한철의, 봄눈은 나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듯 하다.

울산에 살게 된지 벌써 한 손을 다 사용해 꼽아보아야할 만큼의 시간을 보냈지만, 이곳에서의 ‘꽃놀이’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작년에는 창원에서, 재작년엔 경주에서 봄꽃을 맞이했으니. 그 전 해에 같은 모임의 사람들과 벚꽃을 보러 나서긴 했지만, 이미 꽃이 떨어지고 새순이 돋기 전 앙상한 나뭇가지만 만나고 왔으니..그도 꽃놀이라 할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만나고 왔다.
궁거랑 벚꽃 축제:)


울산에서 벚꽃을 보러 가는 곳으로 많이들 꼽는 곳은 여천천과 무거천 강변.
태화강변도 차도를 따라 곱게 핀 벚꽃들의 행렬이 장관이지만, 아무래도 꽃가지 바로 아래를 거닐기에는 이곳이 더 탁월한 것일까? 울산에서의 꽃놀이를 묻는 질문에는 늘 이 두 곳을 대답으로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거천, 궁거랑에서 만난 울산의 봄은,
지인들의 그 무수한 대답의 이유를 알 수 있게했다.



마침 방문했던 주말은 축제 일정으로, 강변 전체가 사람들로 빽빽했다. 앉을 자리도, 다른 사람을 피해 비껴가기가 바쁜 걸음도, 사진찍기도..어느 것하나 녹록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만개한 꽃망울들은, 수고로움을 투정하지 않게 했다.
밀도 높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저 나름대로 예쁜 사진을 찍어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하나같이 기분 좋아보여서. 뭔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멈췄다 걸었다를 반복하는 내 기 분도 덩달아 즐거웠다.


축제장에 들어서기전, 그나마 한산한 공감에서 맡은 달콤한 향을 이기지 못하고보니..어느새 대장의 손엔 솜사탕이 들려있었다. 맛나❤️
솜사탕에 꼭 눈썹이 있는 것만 같아서, 표정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편집이라니... 귀차니즘을 이겨낼 수가 없다.



행사를 위해 마련한 무대 근처에는 이렇게 예쁘게 달아둔 전구들과, 아기자기하게 꾸며둔 포토존이 있었다. 다만, 이미 3시간 가까이를 걸은 우리​(방년 32세와 31세)에게는.. 사진찍을 순서나 전등의 등불을 기다릴 에너지가 도무지도 남아있지 않아, 어둑어둑해져가는 하늘을 아쉬움의 배경 삼아 걸음을 돌렸다..




...지만
너무 너무 야경이 보고싶은 마음에,
이틀만에 한 번 더! ​(는 나 혼자 친구들과)


주말이 절정이었는지, 월요일 밤 다시 찾은 궁궈랑의 벚꽃은 이미 바닥에 많이 떨어져 흩날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전등 불빛에 보이는 벚꽃 야경은, 낮에 보았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또 좋았다.

적절하게 설치된 조명들로, 포토존은 더 빛을 발하였지만.. 사진찍히기 거부 운동가들 셋이 들른 덕분에, 포토존에 선 긴 행렬에 동참하진 못했다.
다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습이 너무 고와서, 멍하니 방청객모드로 한참 서 있었다는 것이 함정.


내년엔 좀 일찌감치 들어야지:)





이제, 벚꽃 엔딩 인가.

posted by Lan-i

​‘경양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던가...

경양식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다. 당시 작은 학교에 다니던 나는, 몇몇 학생들이 팀을 짜서 나가는 과학탐구대회​(?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에 나가게 되어, 정규 수업시간 이후엔 담당 선생님의 지도하에 함께 대회에 나가는 친구들과 여러 가지 과학 실험을 했더랬다. 대회날 당일이었던가, 혹은 대회 전 모의 실험 때였던가는 정확하지 않지만.. 지도 선생님께서는 수고했다며 실험을 마친 우리를 ​무려 읍내 경양식집에 데리고 가 주셨다. 뭔가 조금 비싸보이는 (응?) 가게의 분위기와 스프에 이어진 돈가스라는 요리의 코스가 강렬했던지, 그 때의 기억은 생생하게까지는 아니지만 머릿속 한 켠에 남아있다.



이후로 경양식 집에 몇 번 더 들러보기도 하고, 그 표현을 사용했던 같기도 한데... 언젠가부터 돈까스를 먹으러 가는 곳은 ‘일식 돈가스집’이라는 표현으로 변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돈까스, 돈가스 뭐가 맞는 표현이지..?)

​​


​​그렇다, 돈가스다



지난 주말,
남구청 근처에서 점심 식사 메뉴를 고민하다, 대장이 전에 가보고 싶어 저장해두었던 곳이 있다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마침 도보로 7분 거리.
일식이든 양식이든 무엇이 중요하랴. 고기, 그것도 돈가스인데.
무조건 콜을 외치고 종종 걸음으로 대장을 따라나섰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은화수 식당이다.


이렇게 생긴 아기자기한 간판을 찾을 수 있다.
식당이름을 듣기만 했을 땐, ‘은하수 식당’이라 듣고 굉장히 서정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은하수도 아닌 은화수이지? 하고 궁금했지만.. 낯가리기 기능사 2급은, 그런 걸 물어볼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밖에서 보았을 땐 조리 공간 앞으로만 식당공간인줄 알고 자리가 없을까봐 전전긍긍했지만. 안쪽으로 넓은 공간이 연결되어서 테이블 수가 넉넉한 편이었다. 여럿이서 함께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린시절의 향수을 불러일으키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개성있는 공간의 붉은 색은 식욕을 충전하기에 넉넉하게 좋았다. 물론, 식욕은 무슨 색이든 색이 없든 간에 충족되기 마련이지만. 도보 운동 탓인지, 색깔 덕인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 것 만큼은 사실이니까.
찬찬히 둘러보면 귀여운 소품들을 센스있게 배치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소품보다 더 귀여운 아이가 식사중이라,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메뉴판도 찰칵.
이미 전술한 이유로 배가 요동치고 있었기에, 모든 메뉴가 다 눈에 들어왔다.

고심 끝에 결정한 메뉴는, 경양식돈가스와 하와이돈가스, 그리고 고구마 고로케와 야채고로케였다.
경양식, 경양식이라니!!
대장과 누가누가 먼저 경양식 돈가스를 맛보았나로 설전을 벌였지만.. 읍내에 나가 처음으로 돈가스를 맛본 내가 대한민국 제 2의 도시에서 자라난 대장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또르르

식사전에 나오는 스프는 맛있었다.
후추를 찹찹 뿌려 호로록 맛보고 기다린 끝에, 나온 메인 메뉴! 돈가스 접시 위에 소담하게 올려주신 고로케도 맛있었다:)



4가지 메뉴 다 맛있었다.
대장은 경양식이 나는 하와이가 더 맛났다는 의견차이가 있었지만 고로케에서는 고구마 고로케로 극적 합의를 이루었으니, 둘이 잘 맞는 것으로ㅎ

사실 음식 맛을 잘 알거나 가리는 것이 많은 편이 아니라, 어떤 맛이었다는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겠지만ㅎ
데리야끼 소스 느낌이 나는 하와이돈가스를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었다. 돈가스가 생각날 때 꼭 꼭 다시 들러봐야지.

오랜만에 만난, 스프 then 돈가스의 코스는
옳았다:)

posted by L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