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을 선호하고 그래픽을 짱짱하게 넣어주는 이른바 ‘눈뽕’을 중요시하는 바. 그러나 플레이스테이션을 아직 구비하지 못한 소시민이기에, 주로는 PC로 작품을 플레이한다. 간혹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모바일 플랫폼의 게임들도 다운 받고 플레이하긴 하지만. 컴퓨터 모니터로 볼 때도 2시간 이상은 몰입이 어려운 체질 탓인지, 휴대폰의 작은 화면은 30분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얕은 멀미감이 들어서... 모바일 게임을 클리어한 경험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간밤에 문득, 드물게 클리어했던 모바일게임 중 하나가 떠올라 다시 다운로드 받았다.
바로, ​​샐리의 법칙이다.



샐리의 법칙(Sally’s law)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일어남(네이버 지식백과 참조)​’을 뜻하는 용어로, 흔히 알고 있는 머피의 법칙의 반대말 정도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처음 이 용어를 듣게 되었을 땐, 어릴 때 보았던(당시에도 오래된 영화였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는데, 실제로 그 영화가 모티브가 되어 생겨난 용어라고 한다.


(기억하는 한 첫 로맨틱코미디 영화였던 둡)


게임 샐리의 법칙을 알게 된 것은 유튜브 광고이다. 즐겨보던 게임 유튜버(대도서관님_다음팟에서 갓 넘어오셨던 아프리카시절부터 졸졸 쫓아다닌 1인) 방송을 보던 중, 영상 시작 전 나오던 광고 영상이 계기가 되었다. ​​​​​
여담이지만..유튜브 광고가, 내가 골라본 영상을 기초로 내 선호에 맞는 것을 골라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외로 ‘광고스킵’을 누르지 않게 하는 광고들이 종종 선별되는 것 같다. ​맞춤 광고 시대가 멀지 않은 듯.



샐리의 법칙은 아빠와 딸의 이야기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성인이 되어 도외지로 상경해 독립한 딸 샐리가 아빠가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본가로 내려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샐리를 설명하는 지문을 배경으로, 게임을 시작하게된다.



동글동글하게 굴러가는 주인공 샐리.
동화책처럼, 게임의 배경에는 지문으로 샐리의 이야기가 기록된다. 샐리의 여정에 따라 짧은 문장 단위로 지문이 나타나기 때문에, 마치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누군가가 동화를 읽어주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있는 샐리의 움직임은 점프 한가지이다. 전진과 후진은 게임 진행에 따라 자동으로 이루어지고(전진하던 샐리를 후진 시키려면 지형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진행방향을 방법밖에 없다), 화면을 탭해서 언제 샐리를 점프시킬지만 조종할 수 있다.

이렇데 적어두면, 루즈하고 심심함 게임처럼 느껴지겠지만..챕터를 거듭할수록 지형지물과 타이밍을 잘 이용해야 샐리를 목적지까지 안내할 수 있기 때문에, 난이도도 높아지고 머리와 손기술을 요구하는 부분들도 생긴다.

그리고 샐리가 각 장의 목적지에 도달하면, 샐리의 아버지를 플레이할 수 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차를 둔 플레이어 ​​1인의 ‘협동’플레이다.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만 이 표현의 의미가 와닿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아버지를 조종하는 동안 게임은, 샐리로 플레이할 때와 마찬가지로 ‘샐리의 이야기’와 같은 시점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와 샐리의 다른 점은 조종방법. 샐리는 점프만 할 수 있었다면, 아버지는 전진과 후진만 할 수 있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전진과 후진만 할 수 있다네, 친구)
아버지가 뛰어오를 방도는 사랑하는 딸 샐리를 만나는 것 뿐..

그리고 이러한 둘의 차이는 이 게임의 특징적인 1인 협동플레이를 쫄깃하고 재미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요로케 딸냄 샐리의 움직이는 궤적을 보며 아빠를 조작한다)

스토리만 따라간다면, 몇몇 어려운 구간들이 있긴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엔딩을 볼 수 있는 반면. 각 장의 도전 과제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모으려면 조금 난이도 있는 조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라온 공략 영상을 두 세개쯤 보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도전과제를 해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함정. 꽤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했던 게임이라 공략 영상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뒤에 몇 개의 챕터가 더 남았지만, 스포일러 없는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위해 캡쳐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 샐리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고
어른 아이 샐리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는 곧 이어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게임의 전체적인 플롯이 꽤 마음에 든다. 어른이 되어 생각했을 때, 내가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과 말들을 다시 곱씹어 본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도 많았고 말이다.
동화 같은 스토리 라인 탓에 게임성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짧은 시간 끊어서 플레이할 수 있음에도 전체적인 게임에 대한 몰입도도 좋았고, 목적지까지 두 사람을 도달 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반복해서 시도하는 게임적 경험 또한 무척 즐거웠다. ​전투요소는 없었지만.

게임의 인기라는 순풍을 타고 동명의 동화책도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궁금해서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



모방송​(그알싫)​​​을 통해 갖게된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게임’라는 생각을 또 한 번 공고히 마련해준 계기가 아니었나 한다.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좋았던 게임들을 나이에 맞게 제시하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또 한 번 곤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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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감지하는 시점은, 전할 수 없어 삼키는 말이 많아지는 순간에 느낀다는 생각이 든다.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표현하던 아이이던 시절, 나의 부모님이 나에게 그러하셨듯. 어려운 일, 힘들었던 일, 버티고 있는 일들을 삼키고 감당해야한다는 시점이 들때면. 부모님 또한 그러하셨겠구나가 와닿는 지점이 생기는 것 같다.
이쪽에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이쪽에서 전할 이야기는 골라내는 느낌. 그렇게 어른과 아이, 그리고 어른과 성인 간의 말의 총합이 밸런스를 맞추는 것 같다.

그곳에 이제 막 발딛는, 나와 내 또래들을 위하여.
:)

posted by Lan-i